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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가족은 아직도 힘들단다 본문

유용주

난쟁이 가족은 아직도 힘들단다

가이브 2008.07.12 04:00
[아빠가 건네주는 동화책]난쟁이 가족은 아직도 힘들단다
입력: 2008년 07월 04일 17:46:54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이성과힘


한결아!

아빠는 정말 이런 글을 쓰기 싫어. 동화라는 게 너희들 꿈만큼 이나 두둥실 커서, 저 흰 구름 같이, 7월 청포도만큼이나 시고 달콤한, 맑고 밝고 깨끗한 그런 글을 쓰고 싶어. 백마 탄 왕자가 마귀 할머니 꾐에 빠진 아름다운 공주를 구하는 그런 얘기 있잖아. 친한 친구들을 경쟁 상대로 여겨 반드시 이겨야만, 승리하는 자만이 혼자 모든 걸 독차지하는 공부와 시험의 연속, 입시 전쟁에 시달리는 너희들에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꿈과 용기를 북돋워 주는 아빠가 되고 싶어.

저렇게 의료 봉사 나온 사람들을 방패로 내려찍고, 유모차 안에서 곤히 자는 아기에게 소화기를 발사하고, 시위나 집회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지나가는 행인을 군홧발로 짓밟는, 헌법기관인 현역 국회의원을 동네 개 패듯, 집단 구타하는 경찰들의 행태를 보면 분노를 넘어 머리가 하얗게 빈 듯한 경험을 자주 한단다. 폭력이란 게 꼭 전쟁을 일으키거나 곤봉과 방패로 찍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어.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만 한해 약 15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음식 쓰레기가 버려지거든. 근데 말이야, 우리와 한핏줄인 북한에서는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지. 아프리카나 중동, 아프카니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어린이들은 또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배고픈 설움인데 거기에다가 집도 없이 떠돌거나 입을 옷도 없고 병들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데, 촛불 든 천사들을 빼곤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 거야.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에 이 책이 나왔다. 그 때는 우리나라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건너가는 시기였지. 아빠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도시로 떼밀려 와 공장에 다녔단다. 돈 없고 힘 없고 뒷배 지켜 주는 사람도 없는 난쟁이를 조상으로 둔 덕분이었어. 보리밥처럼 엉성한 가족을 둔 거지. 까만 된장만큼 비쩍 마른 얼굴을 한 누나, 시든 고추처럼 축 늘어진 남동생, 졸인 감자처럼 타 들어간 어머니, 앉은뱅이, 꼽추, 떠돌이 약장수들이 우리 친척이었어요. 난쟁이 식구들은 악착같이 일했단다. 야근을 밥 먹듯이 했지. 그러나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일거리가 정해져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귀찮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도맡아 했단다. 가장 낮은 곳에서 온몸을 밀며 천신만고 끝에 달동네에 무허가 판잣집을 지었어요. 얼마나 행복했겠니? 그러나 난쟁이 가족들에게 행복은 짧고 슬픔은 긴 인생이 이어졌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철거 계고장이 날아 든거야. 뉴타운 개발이라면 쉽게 이해하겠지.

문제는,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오늘날에도 난쟁이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대통령 할아버지가 대통령 되기 위해 공약을 건 747 정책(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의 부자 나라)은 채 반년도 못가, 7% 물가상승 ,4% 부자들을 위한 나라, 7%대의 대통령 지지율로 바뀌었지. 미국산 쇠고기 안 먹으면 되잖아요! 이런 말하는 사람들은 최고로 비싼 한우 고기 먹는 부자들이고, 회사에서 쫓겨난 기륭전자 노동자들 홈에버 ,뉴코아에서 해고된 엄마들, KTX 여승무원들, 노점상, 철거민들을 비롯해 가난한 난쟁이 식구들은 여전히 공장이나 병원, 학교나 군대에서 급식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단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의 고통을 알아주고 그 고통을 함께 져 줄 사람이었다.’

<유용주 | 시인>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7041746545&code=9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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